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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해외리포트]한국과 영국의 영웅에 대한 ‘Memory’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3-04-26 조회수5171

 

한국과 영국의 영웅에 대한 ‘Memory’

 

 

영웅들은 오늘날에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재현되고 있다. 영웅 중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위인들이라면, 그 진정성과 보편성은 더욱 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인물은 임진왜란 때 적의 총탄을 맞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명언을 남긴 성웅 이순신장군이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이와 견줄만한 인물로 넬슨제독을 꼽는데, 그도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와의 트라팔가 해전에서 적의 총탄을 맞은 후‘하느님께 감사한다.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했다’라는 말을 남기고, 최후를 맞이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위인전, 교과서, 학술논문 등 다양한 형태의 저술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기억되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로도 각색되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축제에서 기억되는 성웅 이순신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는 오늘날 지역축제의 콘텐츠로 자주 등장한다. 축제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즐기는 장이다. 즉, 진지한 학술적, 역사적 지식이 아닌, 우리의 ‘기억(Memory)’으로써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날 인 것이다. 아산의 아산성웅이순신축제(52회), 통영의 한산대첩축제(52회), 창원시의 진해군(51회) 및 여러 축제가 이에 속한다. 이러한 축제는 조선왕조실록과 난중일기, 임진록 등 조선시대의 자료를 토대로 온전한 재현행사를 구현한 문화재청의 ‘탄신제례행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즉, 정제되어 있는 제향행사 보다는 동적인 축제요소를 가미하여 누구나 쉽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통영한산대첩축제 (출처: (재)한산대첩기념사업회)


 

어느 한 객체에 관한 기억(Memory)이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추억과 다르다. 추억은 그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는 것이 지나지 않고,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집단적 기억(Communal memory)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무형유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만을 가지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축제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 담긴 진정성과 온전성이 훼손되지 않고 미래의 후손에게 전해지고 더 발전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트라팔가 광장과 넬슨의 아이코놀로지

트라팔가 광장은 영국 런던의 한복판에 위치한 광장으로 세계4대 해전 중 하나인 트라팔가 해전의 승전을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광장에는 50m 높이의 탑이 있는데, 이 꼭대기에는 오른쪽 팔과 눈이 없는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한국의 경우 같았다면, 이렇게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동상의 제작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면서 영국인들이 그들의 영웅을 대하는 정신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넬슨제독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사(私)적인 비화도 많다. 그는 1794년에는 코르시카섬 점령에 참가하여 승리를 거뒀지만 오른쪽 눈을 잃었으며, 1797년에 세인트 빈센트 해전에서도 뛰어난 전략으로 큰 공을 세웠으나 오른쪽 팔을 잃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이집트 아부키르만 해전에서 프랑스 함대를 격파하여 ‘나일강의 남작’이라 불렸다. 이러한 혁혁한 공훈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부녀인 헤밀턴 부인과의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트라팔가 전투에서의 승전과 영웅적의 죽음이 이러한 단면까지 모두 희석시키며, 영국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한 제독으로 기억되고 있다.


 

트라팔가르 광장 (출처: http://caliban.lbl.gov/)

 

 

넬슨제독 초상 (출처: britannica.com/)

 


현재 영국에서는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넬슨 제독의 동상과 그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반인이 봤을 때에는 그저 하나의 동상이 런던 한 복판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의 인간적인 면과 군인으로서의 희생정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평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 University College of London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활발히 연구 되고 있다. 즉, 한가지 측면만이 아니 여러 대중의 기억 속에 있는 넬슨은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작업인 것이다.

 

 

두 영웅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방식

공(公)과 사(私)의 평가는 구분이 되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그리고 이러한 치부가 역사책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까지 기억되어 그 자손들에게 전승된다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이순신이 한국의 아이콘인 것처럼 넬슨제독도 영국의 아이콘으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이순신의 업적과 고난의 역사만을 기억하며, 그를 우리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그려지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적 자각은 힘들 수 있다. 이에 반해 넬슨은 일반 대중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야사(野史)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역사책에서 조차 그의 모든 면을 다루고 있다. 즉, 지금까지 그의 인간적인 면과 영웅적인 면 모두 국민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두 영웅에 대해 각 국가에서 기억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경우에는 신격화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영웅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대중들도 그러한 기억에 따라 매년 축제를 통해 그를 기억하려고 하고 있다.

넬슨 제독의 경우에는 이순신장군처럼 외적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스캔들로 인해 대중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고, 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는 움직임이 영국에 만연해 있다. 이 둘을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떠한 방법론이 더 좋은지는 판단할 수 없다.

 

 

즉 기억이라는 것은 문화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그 축적방식과 평가방식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영웅에 대한 진정성과 온전성에 대한 가치도 꾸준한 연구로 재해석되고 발전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글 : 손현기 / 국립무형유산원 블로그 기자단

유럽의 문화유산관리를 전공하지만 한국 무형유산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hyeongi.son.3)으로 문화의 고유성과 다양성에 대해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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