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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해외리포트]‘필리핀 밥상’에 함께 앉아 ‘전통’을 논하다.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3-07-24 조회수8198

필리핀 밥상에 함께 앉아 전통을 논하다.

 

 

<거리에서 '젖먹이 돼지요리(레촌)'을 판매하는 모습>

 

그 나라의 문화를 알려면 그 나라의 역사축제를 알라. 그리고 다음에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라.’는 문화탐방을 하는 여행객에게 격언 같은 말이 있다.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 구성원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이 쉽게 우리전통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고궁답사나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사찰이 아니라 한국 사람과 함께 한식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는 것이 전통을 더 살갑게 만나는 방법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외국 무형유산으로 필리핀의 전통음식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무거운 전통이라는 이름 보다는 필리핀 사람과 함께 밥상 한 모퉁이를 차지하여 함께 식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문화를 맛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 한국과 필리핀의 닮았지만 다른 돼지요리

  

<한국의 대표 돼지요리로 불리는 보쌈, 김치에 곁들어 먹는 요리로 잘 알려져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이 오면 장독대에 익어가는 김치를 꺼내 붉은 빛깔에 배추김치에 돼지고기를 푹 삶아 만든 보쌈을 싸서 맛깔 지게 먹는다. 그 외에도 돼지의 발을 가지고 육수에 고아서 만든 쫀득쫀득한 식감을 갖고 있는 족발등 우리 민족은 돼지요리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제천의식에 관련 된 내용에서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우리민족의 돼지요리의 시작은 고조선과 부여 등 초기부족국가들 시대인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민족의 가축의 첫 시작이자 가축을 길러 육식하는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일찍이 부여에서는 유력가문의 성으로 돼지 저를 사용한 가문이 있을 정도였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구려인들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문화는 돼지를 이용한 요리 또한 많다. 특히 냄새를 없애고 삶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썰고 배추 속 양념생절이와 함께 배춧잎에 싸서 먹는 음식인 보쌈은 우리의 전통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필리핀의 밥상에 올라오는 전통이 담긴 돼지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필리핀은 돼지와 닭의 소비량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이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운 닭은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식을 즐기는 국가이다. 그러기에 육류를 가지고 많은 전통음식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음식은 레촌요리가 으뜸으로 평가 받고 있다.

 

 

<레촌 바보이(Lechon baboy) , 젖먹이 돼지요리라 부른다. >

 

레촌은 젖먹이 돼지요리라 불리는데 젖을 떼지 않은 새끼돼지를 도축하여 만든 요리로 열대 허브로 양념하여 꼬챙이에 꿰어 숯불 위에서 굽는 요리로 이것을 레촌 바보이(Lechon baboy)이라 부른다. 레촌요리는 필리핀인들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는 의미 있는 요리이다.

 

 

<스페인 식민지 당시 모습. 사진제공:. www.cebuheritage.net>

 

특히 스페인으로부터 327년간 식민생활(1571~1898)을 받아 스페인의 음식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또한 필리핀의 인접 국가이자 오랫동안 경제를 포함하여 다방면에서 영향을 끼친 중국의 요리문화도 가미되어 있다. 특히 숯을 사용한 훈제 요리법은 중국적 향기가 물씬 난다. 재밌게도 스페인과 중국, 두 나라에는 필리핀 레촌요리와 같은젖먹이 돼지요리를 갖고 있다.

 

 

-같은 밥상 둘러앉아 필리핀 사람과 함께 레촌 요리를 듣다

 

필리핀 밥상에서 맛본 레촌요리는 이국적인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더 큰 것은 관광객의 입장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동료의 문화, 곧 오랫동안 이어온 필리핀인들의 을 느낄 수 있다.

 

 

- ‘입맛으로의 레촌요리

 

<레촌요리, 1인분씩 먹기좋게 잘라 접시에 놓은 모습>

 

레촌요리의 맛은 껍질에서부터 나온다. 잘 익은 젖먹이 돼지의 껍질은 풍부한 적갈색을 띠며, 바스러지기 쉬워 누르면 쉽게 부서져 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익힌 고기는 매우 담백하다. 고기의 속살은 매우 하얗고. 속에 넣은 과일과 허브양념에 의해 달콤한 맛을 보기도 한다. 돼지의 속에 다양한 허브와 과일을 넣거나 노천 불에서 구우면 허브 향과 훈제 연기의 향이 젖먹이 돼지의 껍질과 고기에 스며들어 더욱 맛을 좋게 한다. 젖먹이 돼지요리라 하니 작게 생각하지만 무게는 5킬로그램에 10킬로그램이 넘으며 생후 3주짜리부터 그 이상이 되는 아기돼지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맛을 두고 음식연구가 프랜시스 케이스는 그의 저서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재료 1001’에 레촌요리를 선정 할 정도이다.

 

- 필리핀인들의 에 있어서 레촌요리

필리핀인들에게 레촌요리는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다. 육식을 즐기는 필리핀인들에게도 레촌요리는 일종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었다. 출생과 죽음 그리고 결혼등 한 명의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시간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다. 더불어 레촌요리의 조리법은 집마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왜 조리법이 조금씩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현지주민에게 물었다. 현지주민인 빈센트씨(34)는 레촌요리는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각 가문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조리법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특별함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걸쳐 내려와 지금에 이르기 까지 내려온 조리법은 전통바로 필리핀인들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음식에 버무린 것이다.

 

레촌요리는 단순한 돼지요리가 아닌 역사와 민족의 생활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그 나라의 문화를 알려면 그 나라 사람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전통음식을 식사하길 권한다. 더불어 화사하고 눈에 들어오는 무형문화유산을 찾기 보다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들에 삶속에 녹아 오랜 기간 동안 가까이에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는 숨은 무형의 유산들을 찾아보길 바란다.

 

 

글/사진 : 유은총

국립무형유산원 블로그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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