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작은 음악회- 명품 正歌 연주회
한창 무더워지는 요즘, 바쁘게 생활하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려는 듯, 대구의 유명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서상돈 고택에서 대구 무형문화재연합회와
시청에서 후원 및 주체하고, 국악의 대가들과 신성(新星)들이 함께하는 ‘명품 정가(正歌) 연주회’가 개최되었다. 비록 시작 전에 내린 여우비로 약간의 걱정은 되었으나, 오히려 비가 온 뒤 땅이 단단해지듯,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고 조금씩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늘어 조금 더 신명 나게 우리나라 국악을 접할 수 있었다.
정가는 조선시대에 발달된 일종의 성악곡으로, 가곡?가사?시조를 포함한다. 정가는
범패,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곡으로 불리며, 비교적 느리고 단조롭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시 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정대 화평한 기풍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행사가 정가와 관련된 연주회였던 만큼, 연주곡목
역시 크게 ‘시조’, ‘가곡’, ‘가사’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중간중간 ‘무용’과 ‘피리독주’ 역시 함께 감상할 수 있게 계획을 하여 더욱 알찬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시조
연주는 먼저 남창에서 여창으로 이어졌으며, 시조 부분은 명창 김주호가 부르는 ‘경제 평시조’ (예악인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 의 내용)와 명창 김향교가 부르는 ‘영제 반사설시조’가 연주되었다. 명창들의 여유 있고도 실감나는 노랫소리와 중간중간 쉬는 동안에는 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정가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금새 그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정가 창법의 큰 특징은 요성과 전성, 추성, 퇴성의 사용이라고 하는데, 요성은 서양음악에 비해 선이 굵게 흔들리며, 전성은 고음으로 올라 가다가 한 번 더 굴려 멋을 일으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추성은 밀어 올리고, 반대로 퇴성은 꺽어 끌어 당겨 내리는 가창법으로, 이러한 창법과 명창의 올곧은 자세에서 나오는 발성은 정가의 묘미를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창
시창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시(漢詩)’에 곡을 붙여 노래하는 것으로, 한자 단어의 소리음으로 노래를 하기 때문에, 가사를 참조하여 그
의미를 안 뒤 경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시창(김 향교, 대구광역시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 전수교육조교)
가사
가사는 시조와는 비슷하지만, 장편시에 속하는 가사를 정악의
창법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가사의 장단은 대부분 계면조의 6박으로, 이번 행사에서 연주된 ‘죽지사(竹枝詞)’ 역시 같은 맥락에서 연주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쉬는 부분에서는
단모음 또는 복모음의 변화에 맞게 ‘야으’, 나 ‘여으이’ 와 같이 변화하여 부르는 게 인상 깊었다.
여창가곡
여창가곡은 이전의 남창과는 다르게 ‘가성’을 사용하여 높은 소리를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여창가곡에서는 육성(肉聲)’과
‘가성(假聲)’의
사용은 가능하나 ‘두성(頭聲)’ 과 ‘흉성(胸聲)’은 피한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정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바른 자세인데, 이는 기능적인 예술보다 집중과 마음공부를 가능하게 하여 ‘도리(道理)’ 를 지향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서 바탕이 된 것이라고 한다.
여창가곡 연주
정가는 실로 맛과 멋을 겸한 가희 조선시대 ‘명품’연주라고 하여도 과찬이 아니다. 이러한 정가연주회가 다른 곳이 아닌
대구 도심의 한복판, 그리고 역사가 전통이 숨쉬는 고택에서 모두 다 함께 어울리며 진행이 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무형문화재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이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기회가 되어 정말 뿌듯하고, 이러한 기회를 발판 삼아 이러한 ‘명품’ 문화재가 우리 내 깊숙히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창조해내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참고자료: <(사)한국정가진흥회- 정가의 이해>
글/사진 : 주애림
국립무형유산원 블로그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