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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해외리포트] 영국의 가이포크스데이(Guy Fawkes Day)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2-11-23 조회수5667


불꽃축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 할 수 있는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축제의 의미 또한 축하와 사랑을 전달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져 왔다.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큰 불꽃 축제인 가이포크스데이(Guy Fawkes Day)는 특이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축제는 매년 11월 5일 국회개회식 날 열리고 있다. 400여 년 전인 1605년 11월5일에 가톨릭 신자 중 가이 포크스(Guy Fawkes)라는 인물이 가톨릭탄압을 이유로 당시 국왕이었던 제임스1세와 국회 주요인사의 암살을 계획하였는데, 사전에 미리 정보를 입수한 영국정부가 이 화약음모사건을 저지시킨 데에서 유래하였다.

 

영국의 가톨릭 탄압은 튜더 왕조의 헨리8세 왕정(王政)시대로 올라간다. 당시 헨리8세는 왕비 캐서린과의 사이에 대를 이을 아들이 없자 왕비와 이별하고 궁녀 앤 블린과 결혼하려 하였다. 하지만 당시 로마 교황이었던 클레멘트7세가 결혼무효소송을 인정하지 않자 가톨릭 교회와 결별하고 성공회를 창시하였다. 이 후 엘리자베스1세 때 영국의 국교로 자리잡으면서 가톨릭 교도에 대한 탄압은 더욱 가속화 되었다. 이러한 신교 옹호정책에 불만을 품은 신자들은 1605년 11월 5일 국회의사당을 폭파할 계획을 세우고 당일 36배럴의 화약과 도화선을 가지고 당사 지하에 숨어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의원의 친척이었던 가톨릭 신자가 그의 부상을 염려하여 편지를 보내 참석을 하지 말 것을 충고하였고, 이를 수상히 여긴 그 의원은 위병들을 시켜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하였다. 결국 가이 포크스는 화약과 함께 발견되어 연행되었고, 이후 심한 고문을 당하여 모든 음모를 실토하게 된다. 결국 다음해인 1월 19일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다.

 

 

가이포크스데이 퍼레이드 장면

(출처: 위키디피아 Guy Fawkes effigy by William Warby from Flickr)

 

이 사건이 있은 후 2년 뒤에 제임스1세는 가이포크스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하고 국가적 기념일로 격상시키게 되었다. 현재는 공식적 공휴일은 아니지만 영연방 전역에서 이를 기념하는 불꽃축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매년 11월 5일 국회가 개회하는 날 왕이나 여왕의 개회사가 있기 전에 ‘Beef Eater (위병)’들이 튜더시대 전통복장을 갖추고 그 당시처럼 국회의사당 지하에 들어가 위험요소가 있나 확인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왕에게 통보하게 된다. 왕실위병들을 ‘Beef Eater’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튜더시대에 이들의 봉급이 소고기로 지급되어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가이포크스데이 퍼레이드 장면

 


그리고 이날이 되면 어린아이들이 가이 포크스를 형상화한 인형을 들고 길거리로 나와서 ‘Penny for Guy (가이에게 적선 좀 하세요)’란 팻말을 들고 나와 돈을 구걸한다. 이러한 전통은 가이인형을 만들거나 화형시킬 재료(화약, 불)등을 구입할 돈은 모르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풍습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밤이 되면 불꽃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는데 유료와 무료 모두 즐길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하는 곳도 있지만, 보통은 유료로 입장하는 곳에서의 불꽃축제가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가이포크스데이 퍼레이드 장면

(출처: 위키디피아- Lewes photograph by heather buckley from flickr)

 

 

그리고 가이폭스를 테마로 하여 2005년에는 ‘프이 포 벤테타 (V For Vendetta)’란 영화도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2040년 세계 3차 대전이 끝난 후 억압과 통제 속에 조종당하는 런던을 배경으로 만들어 졌다. 이에 대항하여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V’라는 인물이 1605년 11월 5일과 똑같이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키고 왜곡된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내용이다. 비록 가이포크스는 영국에서는 반역자의 대명사로 각인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혁명의 고유명사로 서구사회에 비춰지게 되었다.


 

 ‘브이 포 벤테타’영화 포스터

(출처: http://mcfrog.org/tt/828)

 


영국의 기념일 및 축제는 국가 및 국민이 모두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향토역사를 기반으로 기획된 문화행사들이 1000건이 넘게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주최측과 시민들과의 소통의 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는 말 그대로 서로 축하해주고 축하를 받는 행사이다. 대화가 단절된 채 일방적인 행사 진행과 추진은 그 진정성을 훼손시킬 수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영국의 축제를 보면서, 외형적인 규모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다 같이 참여하고 소통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우리가 되돌아봐야할 과제인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다.

 


국립무형유산원 기자단 손현기
유럽의 문화유산관리를 전공하지만 한국 무형유산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hyeongi.son.3)으로 문화의 고유성과 다양성에 대해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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