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문서위치



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 한국, 중국과 이란의 직조기술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2-12-14 조회수6588

한국, 중국과 이란의 직조기술 -

비슷하지만 다른 무형유산

 

 

  많은 사람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 하면 창덕궁, 종묘, 수원화성 등의 세계문화유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는 형태를 지닌 문화, 자연유산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유산 외에도 무형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형유산’을 지정하여 관리해오고 있다. 세계무형유산은 인류의 역사, 문화를 담고 있는 걸작의 구전유산 및 무형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고 있다. 전 세계 84개국 232건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한국은 14개의 세계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무형유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유산과 연관성을 가진 유산이 다른 나라에 있을까? 한국의 세계무형유산인 한산모시짜기와, 중국의 긴급보호 무형유산인 리족의 전통직물기술, 이란의 파르스 지방의 전통 카펫 직조 기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한산모시짜기는 무형문화재 제 14호로 지정되어있으며, 2011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의 여성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모시를 사용해 옷감을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질이 좋은 옷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시 재배와 수확,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굿 만들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모시표백의 9가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시를 째다가 입에 피가 나는 경우가 많으며, 건조한 환경에서 모시를 짜야 하기에 여름에도 반 지하 움막에서 문을 닫고 일해야 한다. 장인들의 정성이 담겨있는 모시옷은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어 여름철에 입기에 좋다.

 

 

베틀을 사용해 옷감을 짜는 리족

 

짙은 남색으로 옷감을 염색

 

 

  2010년 긴급보호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중국의 무형유산인 리족의 전통직물기술은 하이난 성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리 족이 이어오고 있다. 리족은 하이난 성에서 생산되는 면화로 옷을 만든다. 면화씨를 빼내고 실을 뽑아낸 후, 천연재료로 염색을 하는데, 짙은 남색이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한다. 침니라고 불리는 침적토에 묻어두었다가 물에 헹구면 진한 남색 빛이 돈다. 이들이 쓰는 베틀은 허리에 둘러서 손과 발을 이용해 작동하는 형식이다. 이 베틀을 사용해 리 족의 전통 신앙과 가치관이 담긴 아름다운 문양들을 만들어낸다. 리 족의 전통과 문화,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직물기술의 역사에도 큰 획을 그은 무형유산이지만, 전승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위험에 처해있다. 1950년에는 5만 명의 여자들이 직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8년에는 천명도 되지 않는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전통방식으로 옷을 만들 줄 안다. 심지어 고급 기술이 필요한 용모양의 퀼트는 전승자가 아예 없다고 한다.

 

 

  이란의 카펫 직조 기술은 예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다. 이란에서도 가장 유명한 카펫 직조 기술은 파르스 지방의 사람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2010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된 파르스 지방의 카펫 직조 기술은 양모로 만들어진다. 남자들이 양모를 깎고 베틀을 만드는 동안, 여자들은 바람개비처럼 생긴 기구를 사용해 양모에서 실을 뽑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은 양배추 잎, 체리 줄기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색깔로 염색한다. 베틀을 이용해 실을 양모 틀에다가 짜내는데, 카펫을 짤 때 디자인이 정해져 있지 않아 짜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디자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문양은 자신들의 유목 생활을 반영한 그림이라고 한다. 이 카펫 직조기술은 자식들에게 전달되어 이어진다.

이란 파르스 지방의 직조기술

 

유목민의 생활을 담은 디자인의 카펫


 

   옷을 만들어내는 직조 기술은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이다. 서로 다른 세 문화권에 비슷한 직조 기술이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지방의 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자연에서 나는 원료를 사용하며, 베틀을 이용해 실을 짜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각각의 문화가 반영된 고유의 문양과 색을 지니기도 한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발전시켜온 문화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이 갖는 특수성이 돋보인다. 내년에 전주에 개원할 국립무형유산원이 한국과 세계의 무형유산이 교류하는 장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국립무형유산원 기자단

김우희



컨텐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