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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 국경을 아우르는 문화, 매사냥_2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2-12-25 조회수5200

매사냥의 장비들
 한번쯤‘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거나 본인이 해놓고서 안한 체’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의 유래는 매사냥에서 온 것이다. 현재도 그렇듯 매의 값은 상당히 비싸서 때로 누구의 매인지 표시해 놓은 시치미를 떼어서 훔쳐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시치미를 떼어내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 도둑들에 의해‘시치미를 땐다.’라는 말이 생겼다. 그렇다면 시치미 외에도 매사냥을 위해서는 어떤 물건들이 필요할까? 아래에 간단히 표로 정리해보았다.


- 미끼새 : 매들을 훈련시킬 때 사용하는 것으로 장거리에 있는 매들은 멈추는 것이 힘들어 바로 착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끼새를 이용해 불러들이는 것이다.
- 머리씨우개 : 매가 불안해하거나 흥분했을 때 매의 머리에 씌우는 것으로 매의 눈을 가려주면서 매를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 절끈 : 매를 제어하고 고정시킬 때 쓰는 것으로 절끈은 젖갓끈, 도래, 장승줄로 이루어져있다.
- 버렁 : 매를 다룰 때 손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가죽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으며 무명천을 덧대어 만들기도 한다.
- 매보자기 : 처음 매를 데려올 때 깃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며 시치미를 다는 등의 매를 손보아야 할 경우 깃을 보호하기위해 사용된다.
- 통아리(횃대): 신래에서 매를 앉힐 때 쓰는 도구로 주로 통나무를 깎아서 만들며 상단은 매의 발톱을 보호하며 부리 청소를 위해 짚으로 엮은 새끼를 감아둔다.

 


우리나라 매사냥의 현실과 여러 나라들의 매사냥
 오랜 시간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오던 매사냥이 지금은 자칫 하면 사라질 위험에 놓여있다. 예로부터 왕에서 서민층까지, 아이에서 할아버지들까지 모두가 함께 즐겼던 민속 무예인 매사냥의 영광은 지금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매사냥을 즐기던 많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지금 응사(매를 부리는 사람)는 단 두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매사냥의 현실은 그리 좋지 않다.

 

그에 비해 일본의 매사냥 환경은 오늘 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백제가 매사냥을 가르쳐줘서 시작하게 된 일본이지만 꾸준한 매사냥 기술 연구와 해외의 매를 수입, 장비의 현대화 등을 통해 일본의 매사냥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매의 인공부화까지 성공시켰다. 중국 또한 매사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황제가 신하들 몰래 매를 곤룡포 속에 숨겼다 죽게 만들었을 정도로 과거부터 중국의 매사냥 사랑은 대단하였다. 중국이 사회주의가 된 이후 주춤하였지만 지금은 다시 부활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긴 해도 25명의 응사가 활동 중에 있다. 매사냥의 발원지라 알려진 몽고와 카자흐스탄에서는 특징적으로 대형맹금인 검수리를 이용하여 여우와 같은 큰 짐승 사냥을 하며 카자흐스탄에서는 민속 유지 차원에서, 몽고에서는 관광지원을 하며 매사냥을 적극지원해주고 있다. 중동에서는 세계 각지의 매들을 사육하고 있으며 왕족들은 응방과 비슷한 제도를 설치하여 편안하고 호사로운 매사냥을 즐기고 있다.

 

매사냥 사랑은 유럽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영국에서는 매사냥이 귀족들 사이의 필수 교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정장에도 매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매사냥과 매가 하나의 생활의 일부로 인식이 되어 있다. 또한 독일은 매의 인공부화에 최초로 성공했으며 누구나 매사냥을 즐기고 있다.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미국 또한 자연적인 조건 아래에 총기사냥대신 자연 친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사냥으로 인식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매사냥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세계 속의 매사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매사냥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다행히도 지금은 어느 정도 동호인의 수도 늘고 매사냥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었다. 그러나 매사냥에 대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정식으로 전수받길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전수받으려다가도 힘든 상황으로 인해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매사냥은 매와의 긴밀한 친밀도와 소통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래서 매를 두고서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상황은 더욱 어렵다. 단지 몇몇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 몇 명의 관심이 큰 힘이 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 몇 명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기만하다. 그러나 현재 일반인들에게는 매 자체가 생소하기만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tv와 같은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개인적인 측면에서 매사냥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젠 국가차원에서의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매들을 우리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의 수를 늘리고, 전수자들의 훈련 환경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하며 매사냥이 생소한 일반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우리만의 특징적인 매사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매사냥이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세계 각국의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의 흥미를 더욱 끌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에 남은 두 명의 응사이다

 위 - 대전의 박용순 응사(해럴드 생생뉴스),

아래 - 진안의 박정오 응사 (문화재청) 아래
    


세계 속의 매사냥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사냥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비롯한 각 국가에서도 말이다. 이렇게 하나의 문화를 다양한 나라들이 공유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 비슷한 형태로, 최근도 아닌 오랜 시간동안 말이다. 그리고 이 매사냥이라는 국제적인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바로 2010년의 매사냥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의 등재가 엄청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어떻게 국제적인 문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점은 매사냥의 유네스코 등재가 각기 다른 문화의 11개 국가에서 공동등재를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동등재가 매사냥이 최초인 것은 아니다. 현재 기준으로 86개국에서 232건이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있는데 여기서 14건이 공동등재 된 문화유산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동등재 유산들은 국경이 인접해 있는 나라들끼리의 공동등재이다. 그러나 매사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몽골, 벨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에스파냐, 체코, 카타르, 프랑스 등 문화가 전혀다른 11개국이 공동 등재를 신청했고 공동등재가 승인이 되었던 것이다. 가까운 나라들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동 등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언어, 지리 등의 생활터전과 문화가 전혀 다른 11개의 나라들이 하나의 공통된 문화유산을 공동 등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언어, 의식주, 지리 등 생활터전과 문화가 다른 나라들끼리 서로의 전통적인 매사냥을 각각 하나의 고유한 문화로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여 공동 등재한 것은 매사냥의 역사, 세계적 가치와 국경을 초월한 문화임을 등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음은 물론 국제적인 협력의 좋은 모범이 되었다.

 

 생계 수단의 하나로 시작되었던 매사냥은 오랜 시간이 흐르며 어느 덧 일상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옛 영광을 되찾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사냥에 관심을 가지고 매사냥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의 매사냥의 미래 또한 그리 어둡지만은 않게 되었다. 서로 다른 11개국이 합심하여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됨으로써 전 세계의 하나의 관심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매사냥. 이젠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니, 매사냥의 종주국 중 하나이자 매사냥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우리나라 또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매가 힘차게 창공을 가르며 날아오르듯 도약해야 할 것이다.

 

 

글 / 서지인

 남달리 역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여고생 기자이다. 기자를 향한 꿈을 키우고 있으며 늘 역사와 기자 그리고 카메라를 동시에 잡을 궁리를 하며 미래를 향해 부푼 기대를 안고 살아간다.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하기만 한 초보이지만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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