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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하늘빛 인생 -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3-12-30 조회수7822

 

하늘빛 인생 -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계급에 따라 옷의 색도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입고 싶은 색깔의 옷을 입지만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에서는 정해진 색깔의 옷만이 허용되었다. 전통사회에서는 음양오행적 색채관를 바탕으로 다섯가지의 오정색과 다섯 가지의 간색을 기본색으로 하여 오행(五行)의 원리에 따라 인식하고 사용하였다. 이 중 청색은 오행법상 본위(本位)로 동방을 나타내는 색이라 하여 흰옷을 즐겨 입던 당시 토서민(土庶民)에게 흰옷 대신 항상 권장되었던 색이다.
 천연염료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문헌에 나타난 염재로 사용한 식물의 종류는 50여종이나 매염제와 염색법에 의해 100여가지의 색채를 낼 수 있음을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화 이후 화학염색의 도입으로 천연염색의 맥이 끊겼다가 일부 장인들의 노력으로 그 맥이 살아나게 되었다.

 천연염료로 옷감에 물들이는 장인, 염색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로 지정되어있다. 2001년 윤병운, 정관채가 보유자로 인정되었지만 2010년 윤병운 보유자가 작고함에 따라 현재는 정관채 보유자만이 염색장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정관채 염색장 전수관>

 

정관채 염색장 전수관은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에 자리하고 있다.
전수관은 교육생뿐만 아니라 쪽염색에 관하여 알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려있다. 정관채 보유자와 그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작품 설명과 더불어 쪽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정관채 보유자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샛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증조부부터 보유자가지 4대가 쪽 염색 일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나주 샛골지역은 지리적 상황과 천혜의 조건이 쪽 재배에 꼭 들어맞는 곳이다. 1900년대 초 쪽재배지로 성황을 이루었을 때는 일본, 중국에서도 쪽 염료를 구하러 오곤 했었다고 한다.
 정관채 보유자는 1978년 목포대 미대 1핚년 때, 박복규 교수에게서 쪽씨를 받아 쪽염색 장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교수에게서 건네받은 쪽씨를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재배에 성공한 이후 쪽염색에 몰두하였다. 나주시 영상포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초빙 교수로 활동하며 전통을 계승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쪽에 대해 설명 중인 정관채 보유자>

 

 보유자는 주변에서 고생을 사서 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전통을 계승해 온 결과 2001년 당시 공예분야에서는 최연소(당시 42세)로 중요무형문화재 염색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보유자는 현대의 PH나 온도계 없이 즉석에서 침전쪽(쪽 앙금)과정, 발효과정, 스스로 만든 황토 가마에서 구워서 만들고 있는 양질의 석회 만들기, 쪽물 염색 등 전 과정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천연염색 공개강좌, 대학교 특강, 천연염색 전시회 및 시연회 등을 통한 작품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쪽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쪽 본래 식물의 색은 녹색이다. 즉, 쪽의 색은 자연에서 바로 재현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천연염색 중에서 염색과정이 가장 까다롭다. 조개 가루와 잿물의 매염재로 형성되는 자연 염료로 산화와 환원이라는 화학적 변화를 거치면서 살아있는 미생물의 발효 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고도의 숙련된 경험과 매우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쪽염색 작업과정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팔월 초순경 쪽이 60~70cm 정도 자랐을 때 쪽을 베어 항아리에 넣고 삭힌다. 이틀 후 쪽대를 걷어내고 쪽물에 굴 껍질을 구워서 만든 석회를 넣으면 색소 앙금이 가라앉으면서 침전쪽이 생긴다. 이 때 항아리의 윗물을 버리고 바닥에 침전된 쪽 앙금을 퍼내 고체 상태가 되도록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쪽 앙금에 잿물을 넣어 7~10일 동안 발효시키면 색소와 석회가 분리되면서 거품이 생긴다. 이 과정을 ‘꽃물 만들기’라고 하며, 이 때 비로소 염료 물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천을 담가 염색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기를 반복한다. 진하게 염색하려면 20회까지 반복한다.

 

 

 

<발효 과정의 쪽 염료>

 

 

<발효 중인 염료를 보여주는 정관채 보유자>

 

 

<쪽 앙금을 손에 묻혀 보여주며 설명하는 정관채 보유자>

 

전수관 이 곳 저 곳을 돌며 쪽의 제작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에는 직접 쪽 염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쪽 염색 체험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김지하 시인 ‘아, 그 모시의 쪽빛을 무어라 표현했으면 좋을까. 한바다였고 깊고 깊은 가을 하늘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큰 슬픔이었다. 나는 정신을 잃고 보고 또 보곤 했다... 그 빛깔, 그 감촉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나는 한 마디밖에 모른다. 꿈결!’ 의 시에서 처럼 쪽빛은 깊고 깊은 가을 하늘의 색을 담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과하지 않고 더하지 않은 순수하고 깊은 자연의 색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글 : 김빛나라

국립무형유산원 블로그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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