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문서위치



무형유산 이야기

학예사가 들려주는 무형유산 이야기ㅣ선자장

  • 작성자임지혜 등록일2018-02-19 조회수3337

수백 번의 손길로 대나무와 한지가 만나 부채가 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조사연구기록과 학예연구관 양진조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는 그 기원을 거슬러 추측하기 힘들 만큼 긴 시간 인류의 생활과 함께 해왔다 . 원삼국시대 유적인 다호리에서 부채 자루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부채가 사용된 시기는 최소 2 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부채의 쓰임새는 단순히 더위를 쫓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 혼례식 등에서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 장식과 감상의 기능을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 단오 때에는 선물이나 국교품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 무당이 굿을 할 때나 판소리를 연행할 때도 부채는 요긴한 도구이기도 하였다 .

대나무와 한지로 만든 부채 완성품 사진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며 생활 속 중요한 소품으로 자리 잡았던 부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장인의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 대나무를 종잇장처럼 얇게 다듬고 부챗살의 균형을 조정하는 일 등을 섬세하게 하지 않으면 부채가 틀어져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

그러나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부채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 이에 따라 부채를 만드는 장인들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

따라서 부채 만드는 기능을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 2015 7 8 일 국가무형문화재 제 128 호로 선자장 ( 扇子匠 : 부채 만드는 장인 ) 을 지정하고 보유자로 김동식 선자장을 인정하였다 .

부채살을 만들고 있는 사진

대나무를 쪼개어 깎고 다듬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해야만 비로소 한 자루의 합죽선이 완성된다 . 합죽선 제작과정은 크게 2 6 방으로 나누어진다 . 2 부는 부채의 외형을 다듬는 골선부와 부채를 장식하는 수장부로 나뉜다 . 6 방은 2 부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구분한 것으로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어 부챗살을 깎는 합죽방 , 부채 형태를 만드는 정련방 , 부채에 무늬를 새겨 넣는 낙죽방 , 부채의 외형을 매끄럽게 다듬는 광방 , 부채에 종이를 붙이는 도배방 , 부채 머리를 고정하고 장식을 다듬는 사북방을 말한다 .

과거는 2 6 방의 각 공정마다 장인들이 있어 ,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부채 제작이 이루어졌다 . 그러나 근대 이후 부채 제작에 종사하는 장인들이 고령과 생계 유지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하면서 , 현재는 낙죽방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김동식 보유자가 혼자 담당하고 있다 . 촘촘한 부챗살을 특징으로 하는 합죽선은 부챗살이 많을수록 최상품으로 여겨졌다 . 20 , 30 , 40 , 50 살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합죽선이 제작되는데 , 과거에 왕가에서는 50 살 합죽선을 , 사대부들은 40 살 합죽선을 일반적으로 즐겨 사용하였다 .

김동식 보유자는 14 세가 되던 1956 년부터 부채로 유명했던 전주 석소마을에서 합죽선 제작을 배우게 되었다 .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 일을 배우는 것보다는 또래 친구들이 놀 때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보유자는 회상한다 .

김동식 선자장이 완성된 부채를 들고있는 사진

김동식 선자장은 올곧고 우직하게 옛 방식 그대로를 사용하여 부채를 제작하고 있다 . 전수받은 기술과 도구를 기본으로 본인이 작업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 그가 제작하는 부채는 옛 방식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부챗살이 정취하고 탄력이 있으면서 바람이 잘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

생활방식의 변화로 수요가 예전만큼 많지는 않지만 , 국가무형문화재 제 128 호 김동식 보유자에 의해 합죽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일견 단순해 보이는 합죽선은 숙련된 장인의 수백 번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 곧고 강한 대나무를 종잇장처럼 얇게 깎아 내고 부챗살의 균형을 조정하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대나무와 한지가 결합하여 합죽선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2017 12 월에 발간한 기록도서 선자장 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

(* 이상은 기록도서에서 발췌 )



컨텐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