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문서위치



무형유산 이야기

학예사가 들려주는 무형유산 이야기ㅣ기지시줄다리기

  • 작성자임지혜 등록일2018-03-28 조회수2731

농부와 어부, 그리고 보부상들이 난장을 트고 줄을 다리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 기지시 줄다리기



임승범 학예연구관


충남 당진에는 어마어마한 줄을 만들어서 힘을 겨루는 줄다리기가 있습니다 . 작년에도 25 명이 동원되어서 20 여 일 동안 줄을 만들었습니다 . 줄의 길이가 무려 200m 에 달하고 그 무게는 40 톤이 넘습니다 . 줄다리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5 천 명이 넘고 , 축제 기간에 다녀간 인원은 20 만 명에 이릅니다 .

기지시줄다리기 는 처음에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 35 호로 지정되었다가 , 1982 년에는 국가의 무형문화재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2015 년에는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이제 전 세계인의 축제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


줄틀을 이용해서 줄을 꼬는모습

 

기지시 ( 機池市 ) 는 충남 당진시 송악면의 마을 지명입니다 . 그러니까 기지시줄다리기 는 기지시 마을에서 전승되는 줄다리기라는 말이 됩니다 .

옛 시골 마을 이름에 시 ( ) 가 들어갈 만큼 조선 시대 이래로 , 이 마을은 큰 장시가 섰던 곳입니다 . 1970 년대까지만 해도 당진시에서 가장 큰 장시가 섰다고 합니다 . 그리고 그곳에서는 윤년이 드는 해마다 송악면뿐만 아니라 당진과 그 일대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 (* 지금은 매년 합니다 )



대장의 지휘로 줄이 나가는 모습


마을별로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 사람들끼리 줄다리기를 하는 호남의 여느 지역과 달리 , 이 마을에서는 자신들의 마을 도로를 중심으로 물 위 물 아래 로 편을 나누어서 줄을 당겼습니다 .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을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성격보다는 지역의 큰 행사로서의 의미가 더욱 더 강했습니다 .

지역의 큰 손들이었던 기지시의 상인들과 예산과 덕산을 중심으로 서산 , 당진까지 활동했던 예덕상무사 의 보부상들이 자본을 댔습니다 . 그리고 농사꾼들이 짚을 모으고 , 인근 안섬 [ 당진 내도리 ] 포구에서 닷줄 꼬는 줄틀을 가져다가 어부들이 대규모의 줄을 완성했습니다 . , 농경을 상징하는 짚 , 어업에 쓰는 줄틀 , 상인들의 상업자본이 융합되어 큰 난장을 한판 벌인 것입니다 . 요즘 유행하는 융 · 복합 사업의 최초라고 할까요 ?

그래서 사실 기지시줄다리기는 줄을 다리는 시합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지역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줄을 꼬는 것 자체부터 이미 줄다리기 축제는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줄다리는 모습


지금은 줄다리기를 위한 전용 운동장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만 , 예전에는 그 커다란 줄을 모두가 함께 끌고서 기지시 장터 고개를 넘었습니다 . 이른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나서야 합니다 . 그래야 해 질 무렵이나 되어서 장터 고개 너머에 있는 흥척동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대한 용과 같은 줄을 끌고 넘어가면서 막걸리를 건네주기도 하고 , 줄에 걸쳐 앉아서 잠시의 시름도 놓습니다 . 줄 끄는 사람들은 줄에 탄 대장의 구호에 맞추어 으여차 ! 으여차 !” 하며 줄을 조금씩 끌어 넘깁니다 . 이미 승패는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 함께 거대한 줄을 끌어서 고개를 넘겼다는 것 자체가 바로 인간 승리였고 , 그것이 기지시줄다리기의 참가치였습니다 . 지금은 이 장터에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 어쨌든 이 시대의 사람들도 살아야 하니까요 .

 

과거에 기지시에는 농사짓던 사람 , 바다에 나가서 어업에 종사하던 사람 , 그리고 상인들이 더불어 줄을 당겼습니다 . 하지만 이제 매년 봄이 오면 그 줄을 당길 사람들은 당진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가 모두 아닐까 싶습니다 .

올해 봄은 우리의 무형유산 ,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와 함께 맞이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

 

 

* 2018 년 기지시 줄다리기는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4 12 일부터 15 일까지 진행되며 , 대망의 줄다리기는 15 ( ) 입니다 .

 




컨텐츠 바로가기